[책마을] '척추염' 때문에 운동을 멀리한 세종?

입력 2021-09-23 18:03   수정 2021-09-23 23:52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편경과 편종 등 악기까지 손수 개발한 세종대왕은 천재적이면서 부지런했다. 전국을 돌며 군사들을 위로할 정도였다. 하지만 세종에겐 ‘운동을 게을리하다 당뇨에 걸린 왕’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세종은 왜 운동을 멀리했을까.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는 세종이 말타기와 사냥 등 운동을 기피한 이유를 ‘강직성 척추염’에서 찾는다. 척추에 염증이 도져 허리뼈가 대나무처럼 굳고 합병증 탓에 안구에 포도막염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정형외과 의사인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탐독하며 병명을 찾아냈다. 실록에는 세종이 통증을 호소한 게 50여 차례나 기록돼 있다. 저자는 “세종은 20대에 무릎, 30대에는 허리, 40대에는 눈 통증을 호소했다”며 “지속적으로 허리와 등이 뻣뻣해졌다고 전해지는데 이 모든 증상이 발생하는 질병은 강직성 척추염이 유일하다”고 설명한다.

책은 탐정들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처럼 전개된다. 저자는 가우디, 니체, 도스토옙스키 등 역사적인 위인들이 앓던 질병을 추적한다. 마치 범인을 쫓는 탐정이 단서를 모아 진상을 파악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의학은 한 편의 추리다. 통증이란 사건을 유발한 가해자인 질병을 탐정처럼 수색해야 한다”며 “실제로 셜록 홈즈를 창조한 작가 아서 코넌 도일, 홈즈의 실존 모델인 조지프 벨 박사는 모두 의사였다”고 강조한다.

의사의 시선으로 위인들의 일대기를 살피면 숨은 사실이 드러난다.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어릴 적부터 양발의 관절통을 호소했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집에만 있던 그는 외곬수가 된다. 외부와의 교류를 기피하면서 자신만의 건축양식을 창조해냈다. 뼈에 관한 집착을 건축으로 풀어낸 것. 구엘공원의 산책로는 해골의 구조를 본떴고, 외형부터 뼈를 닮은 카사 바트요는 완공됐을 때 ‘뼈의 집’이란 별칭이 붙었다. 저자는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애정도 생긴다”고 역설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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